중앙아시아 이민 소년, 모스크바 테러 현장에서 100명 이상 구해

사진 :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구단 텔레그램

24일(현지 시간) 현지 매체들은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 현장에서 100명 이상의 사람들을 구한 중앙아시아 이민 소년이 러시아에서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전했다.

주인공은 크라스노고르스크에 있는 학교의 8학년생(한국의 중학생과 동일)인 15세의 이슬람 할릴로프다. 그는 키르기스스탄에서 러시아로 이민 온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이다.

할릴로프는 22일 끔찍한 테러 공격이 발생한 모스크바의 크로쿠스 시티 홀 콘서트홀에서 옷장 파트타임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일하던 중 갑자기 사람들이 대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났거나 술에 취한 사람이 소란을 피우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할릴로프는 당황하지 않고 약 100명의 두려워하는 관객들을 안심시켰다.

사람들이 막다른 화장실로 몰려갈 때, 그는 사람들에게 다른 쪽에 있는 안전한 건물로 대피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휴대폰 카메라에 포착된 영상에서 할릴로프는 "저쪽으로 가, 저쪽으로 가, 모두 저쪽으로 가!"라고 소리치며 사람들을 밖으로 보내는 모습이었다. 그는 부모님께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영상을 찍었다고 한다.

테러범들이 점거한 주 출입구를 피해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는 건물 카드로만 열 수 있었는데, 우연히 그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총을 쏘고 있다. 통과시켜라"라고 외치며 비상구 문을 열었다.

할릴로프는 인터뷰에서 테러범 중 한 명을 직접 보았다며, "솔직히 너무 무서웠어요. 그 중 한 명은 수염을 기르고, 녹색 작업복을 입고, 자동 소총을 들고 다녔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저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사람들 뒤에 서서 아무도 남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에 탈출했어요"라고 말했다.

할릴로프는 건물 내부 구조와 출입구 위치를 잘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고용될 때 비상 상황에서 고객을 대피하는 방법에 대한 사전 교육도 받았다고 한다.

"그 자리에 충격을 받아 서 있었다면, 저와 수백 명의 다른 사람들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저는 제 자신을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테러 공격으로 137명이 사망하고 18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는데, 테러범들이 무차별 총격과 방화를 벌인 상황에서, 이 소년의 침착함과 용기가 없었다면 희생자 수는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사진 :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구단 텔레그램 

그는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러시아 프로 축구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유소년 팀에서 뛴다. 클럽은 그를 홈 스타디움으로 초대하여 1군 선수들을 만나게 하고, 시즌 티켓과 유니폼을 선물했다.

러시아 래퍼 모르겐시에른은 감사의 표시로 100만 루블(약 1400만 원)을 기부했다.

러시아의 무슬림 지도자 무프티 셰이크 라빌 간눗-딘은 29일 그에게 최고의 무슬림 상을 수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슬람 국가(IS)가 테러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고 일부 테러범이 타지키스탄 국적임이 알려져 러시아 내에서 무슬림과 중앙아시아인에 대한 반감이 증가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의 용기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격 현장에서는 한 남성이 무장 테러범으로부터 총을 빼앗아 그를 땅에 넘어뜨리고, 수십 명의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알려졌다.